No.03
Lachryphagy
leejamongsupark
괄목
내장이 아스팔트에서 쏟아지고 시뻘개지는 눈
2009년 1월 9일 수목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비가 내렸나 모르겠다 나는 당신의 테두리만 기억난다 아삭한 조각 유리 조각 흰빛 조각
괄목
여인숙에도 아침은 온다 장기투숙자는 천장을 헤프게 본다 전등 내부에는 이름 모를 벌레들이 쌓여 있다 손으로 짓이기면 다 사라지는 구나 이불에서 자꾸 눅눅한 냄새가 났다 장기투숙자는 이 공간의 미세한 떨림에 예민하다 나는
물 탄 라벤더 샴푸 향이 지루하다
괄목
순록으로 태어나 당신이 유기했던 콜로카시아 블랙코랄을 뜯어먹겠어요 인간은 슬픔을 감추려 형식을 전부 파괴하죠 우리는 기나긴 산책을 하기 위해 두 다리를 얻었습니다 빛의 파장을 보았습니다
관록
김연아의 두 발을 본다
아주 오래
괄목
달력을 찢고 물에 불린다 숫자가 뒤엉키고 스스로 자백하는 놀이 수염을 붙이고 소화를 하고
괄목
거문도는 예로부터 숲이 우거진 게 어두워 보여 그리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한 주민의 말로 촛대바위가 서쪽에 있어 거문도 아니겠냐는 거다 나는 그때 벌레가 알을 까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 섬 어딘가에는 나의 증조가 묻혀 있다
괄목
순록으로 태어나 당신이 유기했던 콜로카시아 블랙코랄을 뜯어먹겠어요 매헤- 맛있게 아프게 이 미친 짓을 아무도 훔쳐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괄목
같은 시각 오디사주 지랑 마을
특발성 희귀 질환으로 앓던 아이의 속눈썹 위로 나방이 앉았다 더운 눈물을 흘리자 나방은 천천히 눈물을 흡수하였다 마을은 여섯 시면 해가 밝아오는데 여전히 캄캄했다 어머니는 작자 미상의 민요를 부르고
침묵
아이는 전생을 보았다고 한다 대기가 많이 탁해졌네요 질감도요 티베트권에서는 이를 린포체라 일컬었다 씨탉이 울었다 아이는 북쪽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어머니가 여벌을 챙기다 문득 깨닫는다 자신이 낳은 건 아무 것도 없는 것을 햇볕이 눅눅하게나마 자리를
괄목
핀 조명기 똑바로 드세요 소정씨 관객들 집중력 흐트러지는 거 안 보여요 수전증이 심하면 알코올을 끊어야지
괄목
당신은 눈이 없다 코가 귀가 입술이 없다 당신은 그럼에도 얼굴이라는 게 있고 숨 쉬는 생물이다 당신은 곧잘 자신의 내장이 얼마나 신선한지 자랑하였는데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모두가 당신을 애타게 궁금해했으면 좋겠다 언젠가 나도 당신의 존재를 잊어 모두에 해당되었으면 좋겠다 휴게소에서 뜬금없이 만났으면 좋겠다
괄목
등산객이 약초를 캔다
괄목
밀린 방값을 내자
입안이 흙투성이로 가득해졌다 냉기가 돌고 캄캄했다 간간이 짐승의 뼈가 삭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네 성체가 나비일지 나방일지 모르지 사랑하는 대상을 미리 떠올려야 한다고 그 눈물을 뽑아 먹어야 서로 살 수 있다고 번데기 되기 직전의 누에가 말했다
당신의 생사가 미치도록 궁금해서 당신만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