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01

유럽 검은 지빠귀

leejamongsupark

박제품을 본다. 본질을 잊는다면 생명은 질겨질 겁니다.

도슨트는 코트가 잘 어울렸다. 눈 밑으로 주근깨가 내렸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있었다. 땅콩 서너 알을 탄알이라 착각하세요. 심리는 언제나 성격을 바꿉니다. 광장에서 여유를 두는 힘이라는 게 생깁니다. 주머니에서 이뤄지는 몹쓸 것들.

그게 코트의 존재 이유가 되겠군요. 아미고 할래요. 아미고. 도슨트는

방향 감각이 좋다. 복도를 지나고 검은 지빠귀는 오래전 한 종류로 속했습니다. 허나 현재는 서식지와 특성을 고려하여 유럽 혹은 대륙 등 칭호를 붙여 분류되고 있습니다. 부리가 오렌지 빛깔을 띠죠.

유럽 검은 지빠귀입니다. 얼굴 감춘 여자가 손을 들고 질문한다. 새가 의지와 상관없이 둥지를 이탈하면 어떻게 되나요.

아니요.

수십 년이 지나고 난 다음에요.

처음부터 장사꾼 체질은 아니었어요. 이츠모, 오오키니 제주 출신 할머니 조센징 소리 한번만 더 들으면 그땐 따귀를 날려라. 오사카 출신 아버지 살고 있음에 그저 감사하자.

재일동포끼리 뭉쳐 살아야지. 안 그러면 죽는다니까.

반상회에서 국숫집 사장님은 하루도 빠짐없이 이야기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그 광경을 지켜보았죠. 도슨트님,

새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걸 알고 있을까요.

화장실에서 토하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내 옆에 남자가 소리를 지른다. 발톱을 오므렸어. 아무도 믿지 않는다. 유리관에서 새가 탈출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어. 아무래도

미스테리가 세상을 바꾸지요. 믿기 힘든 상황도 다 이해해야 할 때가 오더라고요.

첫사랑은 펜타닐 중독자였습니다. 커튼을 뜯고선 해먹으로 만들었어요. 거실은 동남아 휴양지의 해변가가 되었고. 누나는 사랑을 덩그러니 간직하고 싶었구나. 그가

눈물을 흘렸다.

폐장 시간이 다가왔다.

도슨트는 박물관을 나와서도 안내를 한다. 저는 밀렵꾼이기도 해요.

아미고, 유서는 때로 영수증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애초에 얼굴 감춘 여자는 죽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르지 도슨트가 코트에 손을 집어넣었다. 머리 위로 구름이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나는 잠깐 멸종된 동물의 눈을 하고 있었다.

그렇담 자판기는 살아 있습니까. 숨 참으면 자판기가 됩니까. 시발, 나와 겨루어 이길 수 있겠습니까. 나에게는 너저분한 셔츠와 잘 어울리는 두통이 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넙시다

아미고는 무력(無力)도 힘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아미고의 성이 궁금해요. 도슨트가 주머니에서 탄알을 꺼냈다. 나는 이빨이 간지러워서 손에 들고 있는 팸플릿을 씹었다. 팸플릿에서 쓴 맛이 났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박물관은 없었다.

대신 모교가 있었다. 내가 전부 아는 얼굴들. 열심히 웃고 열심히 등교하고 있었다.